교정문을 들어간 순간 넓은 운동장엔 여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는 듯 잠자리가 낮게 날고 있다.
운동장엔 학교가 폐교되기 전 마을 주민의 잔치인 가을운동회가 열렸을 것이라고는 그 어느 곳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름 모를 풀들로 가득하다.
작업실로 쓰이는 학교 입구 계단에는 거미줄이 쳐진 도자기를 보아하니 작업실을 지키고 있는 부부가 상당기간 도자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일요일 오후, 폭염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이들 부부는 폐교된 작업실을 떠날 줄 모른다. 영동 기차역 지하 통행로에 벽화를 약속한 날까지 설치하기 위해서는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그냥 가기 뭐해 사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가 시작되었다.
나는 작업실에 어슬렁대는 애완견을 보고 한마디 던진다.
“개(犬) 팔자가 상팔자예요!”
“그쵸...”
“제가 보기에 얘는 고도 비만인데”
“아니에요! 손으로 직접 만져보세요, 원래 뼈가 굵어서 그래요.”
도자기를 빚고 사는 젊은 부부와의 인연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허물이 없어 늦은 밤이라도 불쑥 찾아가면 늘 반갑게 맞아주는 살가운 부부다.